기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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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4 11:47조회수
524기면증은 3개월 이상 낮에 참기 힘들 정도로 잠이 쏟아질 때 의심해볼 수 있는 과수면증의 일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희귀난치성질환으로 분류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에만 2만명 이상의 기면증 환자가 있을 거라고 추정될 정도로 아주 드문 병은 아닙니다. 대부분 청소년기에서 20대에 처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워낙 수면이 부족해 많이들 주간 졸음을 겪다보니 기면증의 진단마저 늦어진다고 합니다.
잘 알려진 기면증의 증상은 탈력발작(cataplexy)으로, 웃거나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몸이 접히듯 쓰러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수초에서 수분 간 근육이 탄력을 잃었다가 회복되기 때문에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한가지 유념할 점은 탈력발작이 없는 기면증 환자도 많다는 것입니다.
기면증의 가장 흔한 증상은 낮시간에 과도하게 졸려 잠을 참을 수 없는 주간 과다 졸음(excessive daytime sleepiness)으로 이로 인해 학업에도 지장이 있고, 특히 운전 중에도 나타날 수 있으므로 교통사고의 위험을 높입니다.
주간 과다 졸음이나 탈력발작 외에도 잠에서 깰 때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거나 말을 할 수 없는 수면마비(sleep paralysis), 잠이 들거나 깰 때 헛것이 보이거나 들리는 수면환각(hypnogogic/hypnopompic hallucination) 등의 증상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낮에 수시로 잠들다보니 수면 리듬이 흐트러지면서 불면증도
쉽게 생깁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기면증을 일으키는 유전자가 밝혀져 있으며, 특히
기면증이 자가면역질환이라는 점 또한 드러났습니다. 면역계의 이상으로 면역세포가 하이포크레틴(hypocretin)이라는 각성을 유도하는 물질을 만드는 뇌세포를 파괴하면서 기면증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면증을 진단할 때 뇌척수액 검사를 통해 하이포크레틴이 비정상적으로 낮은지 살펴보기도 합니다.
기면증이 의심되면, 1박 2일
동안 야간 수면다원검사와 다음날 다중수면잠복기검사(multiple sleep latency test, MSLT)를
연달아 시행합니다. 야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서는 낮 동안의 과다 졸음을 유발할 만한 다른 종류의 수면장애가
있는지 살펴보고, 이어지는 주간의 다중수면잠복기검사에서는 심한 주간 졸음의 여부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나타나는 렘(REM)수면의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면증은 아직 완치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적절한 약물치료와 행동지침을
통해 증상을 잘 조절한다면 사회생활에 큰 문제가 없습니다. 과다 졸음이나 탈력발작에 대한 몇가지 약물들
외에도 최근에는 하이포크레틴을 보충하는 치료제나 면역치료제 등이 개발되고 있어 기면증 환자들에게 희망을 밝혀주고 있습니다.
김우정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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