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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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인지행동치료

  • 작성일자

    2021-05-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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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이 오래 지속되면, 잠들기 전에 생각이 많아집니다. ‘오늘도 잠이 빨리 안 들어서 한 시간 넘게 고생하면 어떻게 하지?’ 사실 별 생각을 하지 않아야, 즉 우리 뇌의 인지활동이 줄어들어야 잠이 잘 올텐데도 말이지요.

 

뿐만 아니라, 낮에도 수면과 관련된 불필요한 오해와 믿음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어제도 못 잤구나. 오늘 하루 완전히 망쳤다.’, ‘낮에 피곤하고 짜증나는 건 어제 밤에 잠을 못 잤기 때문이야.’ 등이 그것입니다.

 

불면증 환자들에서 자주 나타나는 특정한 수면습관들도 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잤으니까 낮에 잠을 자거나 누워서 시간을 보낸다든지, 어제 못 잔 잠을 길게 자기 위해 잠이 오지 않는 이른 시간부터 잠자리에 들어가 마냥 누워있는다든지 하는 잘못된 보상행동들은 불면증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이같은 수면과 관련된 잘못된 인지 및 습관을 교정함으로써 불면증을 호전시키는 좋은 치료전략이며, 특히 만성 불면증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치료방법입니다.

 

스필먼 박사의 불면증 3P 모델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이론적 바탕이 됩니다. 3P 모델이란, 기질적으로 잠이 얕은 선행요인(Predisposing factor)을 갖고 있는 사람이 스트레스와 같은 유발요인(Precipitating factor)에 의해 급성 불면증을 겪게 되는데, 잘못된 인지와 수면습관이 지속요인(Perpetuating factor)으로 작용함으로써 유발요인 즉 스트레스가 사라져도 불면증이 장기화되어 만성 불면증이 발생한다는 이론입니다. 3P 모델에서 말하는 지속요인에 대해 인지적/행동적으로 교정하는 것이 바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인 것이지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위생(sleep hygiene), 자극조절(stimulus control), 수면제한(sleep restriction), 이완훈련(relaxation training), 인지전략(cognitive strategy)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수면위생은 건강한 수면을 위한 꿀팁 부분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졸립다가도 침대에만 누우면 잠이 달아난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극조절요법은 환자의 침실과 이부자리를 잠이 잘 오는 조건으로 최적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잠이 올 때만 잠자리에 들도록 한다거나, 자려고 누워있다가 잠이 오지 않을 경우에는 즉시 침실을 빠져나와 다른 장소에 있게 합니다. 침실에서 TV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음식을 먹는 습관 또한 버려야 합니다. 즉 침실이라는 공간을 오로지 잠만 자는 곳으로 조건화(conditioning)시키는 것입니다.

 

수면제한요법은 언뜻 들으면 잠을 못 자는 사람에게 수면을 제한한다고 하니 놀라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간단히 설명드리면, 잠자리에서 보내는 시간을 실제 수면시간에 맞추어 수면의 효율을 높이는 치료입니다. 즉 잠자리에 누워서 실제 잠이 들기까지 걸리는 시간, 자다가 중간에 깨어있는 시간,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를 빠져나오기까지의 시간을 가능한 한 줄이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초반에는 잠을 예전보다 오히려 덜 잔다고 인식할지는 모르지만, 이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면의 질이 향상됩니다. 수면제한요법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핵심적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완훈련은 불면증을 유발시키는 스트레스, 긴장, 불안을 줄이는 치료입니다. 점진적 근육이완법, 복식호흡법, 심상법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훈련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반복적으로 몸에 숙달될 수 있도록 하여 낮과 밤의 긴장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인지전략은 수면과 불면증에 대한 잘못된 믿음과 오해를 소크라테스식 질문이나 행동실험을 통해 교정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예로 든 어제도 못 잤구나. 오늘 하루 완전히 망쳤다.’는 것은 잘못된 믿음 중 재앙적 사고(catastrophic thinking)의 일종입니다. 며칠 못 잤다고 해서 하루종일 기분 나쁜 일만 있으리라는 법은 없는데 말이죠. ‘낮에 피곤하고 짜증이 나는 것은 지난 밤에 숙면을 못 취했기 때문이야(misattribution, 잘못된 귀인)’, ‘하룻밤에 꼭 8시간을 자야 다음날 괜찮아(unrealistic expectations, 비현실적 기대)’, ‘오늘도 틀림없이 못 잘거야(hopelessness, 무망감)’과 같은 오해에서 비롯된 생각들을 바꾸는 것이 바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인지전략입니다.

 

만성 불면증의 가장 우선적 치료방법은 약물치료가 아닌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입니다. 또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는 만성 통증, 관절염, 만성 폐쇄성 폐질환, 심혈관질환, 우울증 등 다른 공존질환이 있는 불면증에까지 효과가 있다고 밝혀져 있습니다. 약물치료는 약을 끊으면 효과가 없어지지만, 인지행동치료는 치료 이후에도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우수한 치료법입니다.

 

많은 연구를 통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임상적 효과가 입증되어 왔지만, 그간 우리나라의 여건 상 일부 수면 클리닉을 제외하고는 불면증 인지행동치료가 많이 시행되고 있지 못한 게 현실이었습니다. 대한수면의학회 소속 수면 클리닉들에서는 교과서적인 원칙에 의거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제공하고 또 이를 보급하는 활동들을 계속 해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많은 불면증 환자들이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수면의 질을 개선하여 매일의 생활이 즐겁고 행복해지는 경험을 누리시길 기원합니다.

 

김우정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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